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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風磬시 2021. 7. 23. 18:41
바람은 내 몸을 휘감아 돌아 나가지도 않고 바람은 내 몸에 부딪쳐 어떤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. 바람은 내 몸을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다. 바람은 내 몸을 통하여 불 뿐이다. 마치 허공인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세상에 발생하는 모든 현상은 나를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다. 어떤 분노도, 어떤 회한과 원망도 걸려 있지 않고 나를 통하여 불어 갈 뿐이다. 나는 드디어 허공처럼 텅 비게 되었다. 딸랑딸랑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좋은 일인가, 아니면 나쁜 일인가? 그건 그냥 그런 일이다. 나는 드디어 허공처럼 텅 비게 되었다.